Cycling - Pro Tour & Europe Cycling Tour Information

프로 사이클링 투어와 아마츄어 사이클리스트들을 위한 유럽 사이클 투어 정보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목요일, 8월 17, 2006

[바이시클 라이프 6월] 이탈리안 사이클링 프로젝트

유러피안 리포트ㆍ이탈리안 사이클링 프로젝트2




▶ Intro

이번 달에도 이탈리안 사이클링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지난 한달간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이탈리아 사이클 연맹(FCI)에 선수 등록을 했고, 그리포 바이크 동료들과 계속해서 훈련을 하고 있으며, 생애 첫 그란폰도(Granfondo)에 참가했고, 화물 트럭에 받혀 넘어지는 부상도 입었다. 그리고 89회 지로 디탈리아는 그 어느 해 보다도 흥미있게 진행 중이다.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 여인의 향기

알 파치노가 퇴역 장교 프랭크 슬레드 역으로 열연한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제는 귀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음악에 맞추어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앤워가 탱고를 추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알 파치노가 시칠리아계 미국인이라서 그런지 그에게서는 다분히 이탈리아노(italiano, 이태리인)의 분위기가 풍긴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즐기고, 찬미할 줄 아는 이탈리아인들의 민족적인 정서는 아름다운 여인을 감상하는데도 뒤질 수 없다.

그리포 바이크(Grifo Bike)의 멤버가 되어 일주일에 두세번씩 함께 훈련하고 있다. 멤버들의 나이들도 매우 다양한 편인데 20대 초반에서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자랑한다. 주중 훈련에는 보통 열명 내외가 참석하는데, 한번은 람베르토라는 60대 후반의 퇴역 장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산들 거리는 봄 바람을 가르며, 차르륵 차르륵 체인이 감기는 소리를 음악 삼아 달리는 멋진 라이딩이었다. 그날 마침 다니엘라라는 여성 멤버가 함께 라이딩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람베르토가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며, 목소리를 낮추어 내게 “음... 프로푸모 델라 돈나(profumo della donna)”라고 속삭였다. ”음... 여인의 향기”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는데, 앞에서 라이딩하던 다니엘라에게서 멋진 혹은 달콤한(?) 여인의 향기가 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는데... 그 향기를 느끼고 또 즐길 줄 아는 람베르토에게서 영화'여인의 향기'의 알 파치노를 보았다면 너무 심한 상상일까?

이것이 이탈리아인들의 일면이다. 끊임없이 떠들고, 웃고, 즐기줄 아는 그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그러나 사이클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참 진지하다. 그리포 바이크의 회장인 프란체스코는 내게 팀 져지를 건네주며 꼼꼼하게 다음에 있을 대회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 조언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함께 라이딩하며 내 체력 수준과 라이딩 능력을 보고 평가한 뒤 좀 더 나은 단계의 사이클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이클 경력 20-30년에 수 많은 그란폰도(Granfondo) 참가 경력을 가진 그들과 함께 달리며 많은 것을 배운다. 언덕에서의 체력 안배, 내리막에서의 최상의 라인, 그룹 라이딩 방법, 어디서 일어서고, 어디서 앉아야 하며, 어떻게 먹고 마셔야 하는지를 그저 함께 달리면서 가르쳐 준다. 나 같은 초보 사이클리스트에게는 과분한 복이 아닌가.

▶ 아빠가 페타키보다 훨씬 세다구!

이탈리아 최고의 자전거 축제,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가 시작되었다. 큰 아이 수빈이는 오후 내내 거실을 채우고 있는 지로 관련 방송으로 완전히 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지로 주제가를 따라 부르고, 쉴새없이 페타키는 잘 하고 있느냐, 왜 화면에 안 보이느냐 등등 질문도 참 많다. 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시무룩해 졌다. 페타키의 부상 소식을 들은 것이다. 벨기에에서 벌어진 세번째 스테이지에서 페타키는 50 km를 남겨둔 지점에서, 그만 앞 선수와 충돌하며 무릎 부상을 입은 것이다. 50 km를 이를 악 물고 팀 동료들에 의해 보호 받으며 스테이지를 마친 페타키는 곧 이은 검사에서 무릎 골절로 인해 수술이 불가피하여, 지로를 포기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야만 하게 되었다.
“아빠, 페타키 이제 안 나와?”
“응, 많이 다쳤어.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그치?”
“아빠처럼 다쳤구나.”
“그래... 아빠처럼. 그래도 아빠는 어디 부러지지는 않았잖아. 그치?”
“맞어. 그러니까 아빠가 페타키 보다 훨씬 센거네.”
“흐흐...”

맞다. 또 다시 부상을 입고 말았다.
맑고 화창한 봄날. 그리포 바이크와 함께 움브리아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 움베르티데(Umbertide)를 향해 달렸다. 약 50 km의 기분 좋은 라이딩 후 힐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4.3 km의 등반 후 약 5 km에 이르는 멋진 다운 힐 구간이 이어지는 환상의 라이딩 코스. 그러나 잠시 후에 큰 사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차량이 거의 없는 이 구간에는 약 2 km의 위험한 구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구비오(Gubbio)라는 도시에서 움베르티데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는 불행히도 많은 화물 트럭들이 분주하게 다니는 길이데, 우리가 정한 코스에 바로 이 복잡한 구간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고는 이 코스에 접어들어 불과 1 km 정도를 달렸을 때 벌어졌다. 우리 뒤 편에서 계속 경적을 울리며 신경질적으로 운전을 하던 대형 화물 트럭이 있었다. 우리는 대열을 한 줄로 유지하며, 추월할 수 있도록 라인을 분리해 주었다. 불행히도 나는 제일 후미에 위치해 앞 동료와 20 m 정도로 간격이 벌어지게 되었다. 트럭은 커브길에서 나를 추월해 들어오던 중 그만 차량 오른쪽 후미로 나를 밀어버린 것이다. 미리 감속을 하고 있었지만, 내리막 길이었기에 시속 30 km 이상으로 주행하던 나는 트럭에 받혀서 아스팔트에 곤두박질 쳐지고 말았다. 오른쪽 어깨, 팔꿈치, 양쪽 무릎이 아스팔트에 부딪히며 선혈이 낭자했다. 자전거는 저 멀리 팽개쳐지고 나는 아스팔트를 굴러 갓길로 내동댕이 쳐졌다. 트럭이 멈추고, 잠시 후 동료들이 달려왔다. 마침 자동차 운전자 중 의사가 있어 급히 달려와 내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차를 불렀다. 다행히 골절은 없는 듯 싶다고 했다. 약 20분을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응급차를 기다렸다.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이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처럼 떠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프란체스코에게 물어 보았다. 자전거는 어떠냐고. 프레임이 움푹 들어가고, 레버가 돌아가긴 했지만, 큰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행이다.
응급차가 도착했다. 목에 보호대를 하고, 산소 마스크를 쓴 채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치료를 받고 각종 검사를 했다.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었고, 걷는데도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시간이 밤 8시, 무려 7시간 만에 집에 돌아온 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울고 있는 아내와 딸 아이를 보아야만 했다.
“괜찮아. 이제 나도 진짜 사이클리스트가 된 거라구.”
이런 소리를 위로라고 하는 나도 정말 단단히 미친 놈이다.
이렇게 나의 이탈리안 사이클 프로젝트는 온 몸을 던져 기록되고 있다.


▶ ”당신, 미쳤어!”(빠쪼-Pazzo)

팔꿈치의 실밥도 풀기 전에 나는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은가!
'다쳤어도 어디 부러진 것은 아니니까, 테스트 라이딩을 해 보아야 한다'며 사고 당한 캐넌데일을 끌고 나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아내가 외친다. ”당신, 미쳤어!”이태리어로 이야기해서 좀 강도가 덜하게 들리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한다 싶기는 했다. 어쨌든 약 30 km의 테스트 라이딩을 해 본 결과, 좀 아프긴 했지만 라이딩을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올해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222개의 그란폰도 중 하나에 나는 이미 출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데뷔전을 부상당한 몸으로 하게 되었으니, 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훈련한다는 의미로 가볍게(!) 타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경기를 불과 보름 앞두고 당한 부상이었지만, 그리포 바이크의 프란체스코와 상의한 후 출전하기로 결정을 했다. 대신 내게 그레가리오(gregario.이태리어로 “도움 선수”라는 뜻으로, 팀 리더를 도와주고 앞서서 달리며 바람 막이를 해주기도 하고, 리더에게 물통이나 음식을 전달해 주기도 한다)를 붙여 주기로 했다.
”그래! 할 수 있다! 불과 97 km가 아닌가! 게다가 그레가리오도 있는데...”


▶ 나의 그란폰도(Granfondo) 데뷔전 - 성 프란체스코의 골짜기

드디어 출전 전야!
6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한다고 했다. 그 중 나는 유일한 한국 사람.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만, 부상으로 오른 팔에 큰 힘을 줄 수가 없고, 무엇보다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목표는 소박하게! 97 km 완주다!

경기를 위해 병원에서 스포츠 경기 출전을 위한 건강 검진을 했다. 1년간 아마추어 경기에 참석할 수 있는 건강 증명서를 받고, 이탈리아 자전거 연맹에 가입하는 등의 절차도 모두 마쳤다. 이 절차가 없이는 어떤 경기에도 참석할 수가 없다. 자동으로 상해 보험에도 가입되게 되어, 경기 중 당하는 부상이나 손해가 모두 커버된다.

이번 경기는 움브리아 지역에서 펼쳐지는 경기 중 가장 규모가 큰 경기다. “성 프란체스코의 골짜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경기로, 아씨시의 성자 성 프란체스코가 거닐던 아씨시 근교와 뻬루쟈 일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그란폰도이다. 성 프란체스코는 13세기 아씨시를 중심으로 청빈 정신을 기본으로 수도원 운동을 시작한 가톨릭의 대표적 성인 중 한 명이다. 특히 움브리아 지역은 곳곳마다 성프란체스코의 영향을 볼 수 있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이 경기는 경기 코스를 통해 움브리아주의 빼어난 경관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참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경기다. 지난 해에는 일본 여성 두 명이 참가했다고 했다. 호! 역시 일본 사람들은 없는 곳이 없다. 올해는 한국 대표로 내가 참석하게 되었으니, 꼭 선전해야겠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체인에 기름을 치고, 볼트를 조이고, 경기 중 먹을 에너지바, 젤 등등을 챙겼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다리를 쉐이빙했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사이클리스트들이 다리 쉐이빙을 한다. 경기 전후의 마사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외관상 털이 수북한 다리보다는 매끈한 다리가 아름답단다. 한국인 정서 상 다리 쉐이빙은 좀 꺼려졌지만, 면도를 하며 정신적 준비를 한다는 한 친구의 말을 따라, 나도 다리에 칼을 댔다. 시원하다. 다리가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틀리다. 혹시 한국의 독자들 중에서도 다리 쉐이빙을 해 볼 용기가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해 보시라고 권해보고 싶다. 정신적인 준비가 된단다! (참고로, 경기력 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내 첫 그레가리오의 이름은 세르죠(Sergio)다. 이태리 국영 방송인 라이(Rai)의 라디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그는, 나와 같은 나이에 아직 미혼이다. 원래 이태리 사람들은 부모님의 집에서 독립하는 시기가 좀 늦는 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이태리인 친구 하나는 나이 마흔이 넘도록 미혼이고, 부모님 집에서 얹혀 살고 있다. 자기 말로는 다섯 번이나 집에서 독립해 나갔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부모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단다. 이태리 문화의 일면이다. 어쨌든 이 친구와 나는 출발선에 섰다. 앞에는 약 600여명의 참가자들이 있었고, 우리는 거의 끝 부분에 있었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처음 30 km를 기분좋게 바람을 가르며 그룹들을 바꿔가며 앞으로 전진했다. 제일 앞에서 출발한 선두 그룹은 이미 시야에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뭐 어떠랴, 나는 완주가 목표 아닌가!

드디어 첫번째 힐이다. 3 km의 보통 수준의 경사도의 힐로, 큰 무리없이 다른 참가자들을 앞 서며 등반을 했다. 이어지는 기분좋은 다운 힐. 첫번째 언덕을 마치자, 전형적인 움브리아의 구릉 지형이 펼쳐진다. 평지에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 다리 근육에 기분 좋은 긴장을 준다. 여기까지 최대 심박수의 80-85 퍼센트 선에서 달려왔다.
곧 두번째 언덕에 이르렀다. 경사도가 8 퍼센트 정도로 생각보다 가파랐다. 숨이 찼다. 심박계는 최대 심박수를 상회하고 있다. 이렇게 6 km를 힘겹게 오르고 나니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불행히도 정상을 1 km 정도 앞둔 지점에서 부터 양쪽 대퇴근(다리 앞면)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 임하는 경기에 경험 부족으로 생각보다 오버 페이스를 한 것 같았다. 안장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다시 쥐가 나는 악순환이었다. 내리막에서 다리를 풀어주고, 스포츠 드링크를 마시고, 영양 보충을 했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페이스를 많이 늦추어 뒤에서 따라오던 그룹과 함께 달리게 되었다. 그룹의 선두에 서자 다시 대퇴근(다리 앞면)의 쥐가 도졌다. 그룹 후미로 빠졌다. 다행히 휴식 지점을 만났다. 자전거에서 내려 다리를 풀어주고, 영양 보충을 다시 해 주었다. 잠시 쉰 후 출발하니,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조금만 다시 힘을 줘도 되돌아 오는 근육 경련으로 나머지 30 km 구간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내 그레가리오, 세르죠는 이 97 km 구간 내내 나의 곁에서 든든하게 나와 동행해 주었다. 앞에서 끌어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페이스 조절을 도와주었다. 이 친구가 없었으면, 아마 완주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결승점을 통과했다. 아쉬웠다. 쥐가 나지만 않았어도, 최소한 중간 그룹에는 속해서 들어올 수 있었는데, 후반부에 너무 고전을 했다. 그래도, 부상에도 불구하고 참가했던 첫 그란폰도가 아닌가. 다음 번에는 좀 더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보기로 하자고 결심한다. 결국 사이클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가. 장시간을 라이딩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를 한다. 심박수를 확인하고, 힘을 안배하고, 근육들이 긴장하고 이완하는 것을 느낀다. 힐을 오르며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짜릿함도 느껴본다. 훈련을 하고, 경기에 출전하며, 자신의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을 느낄 때 만나게되는 기쁨은 경험해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우리끼리의 비밀이 아닐까.


▶ 나가며

지로 디탈리아의 8번째 스테이지에서 리퀴가스 팀의 다닐로 디 루카는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선두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라이 방송의 해설자는, “오늘 다닐로 디 루카는 다리가 아니라 정신으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프로와 같은 마음으로 훈련과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우리가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모든 아마추어 챔피언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바이시클 라이프 8월] 이탈리안 사이클링 프로젝트

이탈리안 사이클링 프로젝트

이탈리아의 여름은 정말 무덥다. 여기 저기서 자연 발화로 인한 산불이 날 정도로 건조하고 뜨겁다. 뜨거운 태양은 대기 중의 단 한 방울의 수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활활 타오른다. 그러나 이 무더위 조차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그리포 바이크 (Grifo Bike) 멤버들의 사이클을 향한 열정을 식히지 못했다. 이번 호에는 그리포 바이크가 기획한 지역 그란폰도 대회 (Granfondo)와 롬바르디아 투어 (Giro di Lombardia)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그리포 바이크 그란폰도

지난 7년간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무려 7번의 이사를 해야만 했다. 이제 이번에 하는 이사가 8번째. 처음에 간촐하게 우리 부부만의 살림이던 세간살이가 아이가 둘이 되면서 점점 불어만 간다. 이삿짐을 싸 보기 전에는 자기가 얼마나 부자인지 모른다고 했던가. 싸도 싸도 끝 없이 나오는 세간 살이와 책들, 아이들의 보물들 (책, 장난감 등)은 도대체 이 이사가 끝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쌓아 둔 박스 위에 앉아 잠시 쉬려고 하는데 핸드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프란체스코! 그리포 바이크의 회장이다. 요즘 이사다 뭐다 해서 바빠서 훈련을 게을리 했더니 야단을 치려나 보다. 예상과는 달리 그리포 바이크에서 그란폰도를 기획했으니 와서 취재를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취재를 다녀오자!

날이 너무 덥다. 수은주는 38도를 넘어서고 있다.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벌써 그리포 바이크의 자원 봉사자들은 운영 스텝을 맡아 코스 안내 (깃발을 들고 선수들에게 진행 방향을 알려주거나, 차량을 통제한다), 등록, 시상 준비 등등으로 분주하다. 약 60여명이 참석한 비교적 적은 규모의 대회이지만, 준비에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된다. 움브리아 지역 아마추어 사이클 연합에서 4명의 심판진이 파견되었고, 구급차는 물론 의사도 차량에 동승해 전 코스를 선수들과 함께 달려야 한다. 6명의 교통 경찰이 오토바이를 타고 경기 진행을 위해 교통 통제를 맡아 주었으며, 프란체스코를 비롯 다수의 임원진들이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나누어 타고 경기 흐름을 관장했다. 나는 심판 차량에 동승해 취재를 하기로 했다.

오후 3시 30분. 선수들이 출발선상에 정렬하고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총 117 km의 코스는 평소 그리포 바이크 멤버들과 함께 자주 훈련하던 곳으로 세 개의 GPM (Gran Premio Montagna)이 있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경기가 진행될 수 있는 코스였다. 자동차로 따르며 속도계를 보니 평지에서 벌써 시속 45 km를 넘나드는 속도로 달리고 있다. 빠른 페이스로 인해 벌써 뒤로 쳐지는 선수들이 생긴다. 작은 규모의 지역 대회이지만, 이번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의 수준은 상당했다. 특히 이런 작은 대회일수록 경기가 힘들다고 곁에 있던 산토니(Santoni)가 귀뜸해준다. 참가자가 600명, 1000명 혹은 2000명이 넘는 대회들은 처음 출발부터 크고 작은 그룹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각자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그룹을 찾아 함께 달릴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한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오버 페이스할 필요없이 자신의 그룹과 따라 가다가 자신의 상황을 살피면서 좀 더 앞선 그룹으로 전진하거나 아니면 뒷 그룹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작은 대회는 그룹이 나누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빠른 페이스로 그룹에 남아 있지 못하면, 그냥 기권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시속 45 km로 달리는 그룹을 뒤에서 자동차로 따르면서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자전거 핸들바가 아니라 사진기임을 감사했다. 만일 저기서 달리고 있다면 초반 탈락했을 것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언젠가 나도 저 그룹에 속해 편안히 달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열심히 훈련하자”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어쨌든 이제 그룹은 첫번째 GPM에 도달했다. 다리에 모터를 달았는지 체인을 큰 기어에 걸고 평지처럼 달린다. 두번째 GPM에 이르자 이제 그룹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몇몇 선수들은 뒤로 쳐지고, 진행 차량과 오토바이들은 빠르게 선수들을 체크하고 앞선 그룹을 따라간다. 드디어 마지막 세번째 GPM 이다. 아직까지 선두 그룹은 30 여명이 남아 달린다. 경사도 13 %의 언덕을 만나자 그룹 중 서너명이 치고 나가는 것이 보인다. 이들 중 지난해 우승자 프란체스코 로시 (Francesco Rossi, 55년생)와 예전에 프로로 활약했던 피에로티 (Pierotti, 64년생), 그리고 가장 젊은 참가자 중 하나인 이바노 (Ivano Calzolari, 79년생)가 이 그룹에 속해있다. 언덕을 차고 오르는 모습이 힘차다. 언덕의 정상을 1 km 앞두고 이바노가 다른 두 명의 선수들과의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이 거리를 끝까지 유지하며 오늘 대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작은 규모의 대회였지만 마치 작은 지로나 뚜르를 보는 것 같았다. 선수들 틈새로 재빨리 파고 들어가는 오토바이 (주로 물통을 건네주기 위해)와 지원 차량들의 경적 소리와 먼지. 진행 요원들의 고함 소리. 그리고 길가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박수 등등이 멋진 하모니를 연출했다.

지원을 나온 의사 안나 마리아는 이 더위에 어떻게 경기를 하려고 하느냐며 걱정을 했지만, 모두들 웃으며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더워도 달린다.”고 말했다. 정말 더운 날이었다. 선수들이 마신 물과 머리에 쏟아 부은 물의 양이 거의 비슷하지 않았을까. 멋지게 진행한 그리포 바이크의 모든 진행 요원들, 심판진들 그리고 참가 선수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2. 롬바르디아 투어 (Giro di Lombardia)

롬바르디아 주는 돌로미티가 자리잡고 있는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매년 빠짐없이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Italia)가 지나는 롬바르디아 주는 그 자연 경관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사이클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성지와 같은 곳이 되었다. 바로 이곳에 사이클리스트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유명한 산악 구간들이 펼쳐져 있다. 예를 들면 빠소 델로 스텔비오 (Passo Stelvio, 해발 2760 미터), 빠소 가비아 (Passo Gavia, 2650 m), 모르티롤로 (Mortirolo, 해발 1871 m)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뻬루쟈는 움브리아주의 수도로 이탈리아의 최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로마에서 약 세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피렌체 방향인 북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성 프란체스코로 유명한 중세의 분위기를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도시 아씨시 (Assisi)를 지나게 된다. 이 도시에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뻬루쟈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소속 동호회 그리포 바이크 (Grifo Bike)의 멤버들은 대부분 뻬루쟈 토박이들이라, 움브리아 지역 특유의 낮고 반복되는 언덕 지형에 익숙하다. 이 지역의 특징은 평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언덕들은 그 코스를 달리는 이들에게 그 길을 따라 올라가든지 아니면 내려가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할 것을 강요한다. 문제는 이 언덕들의 경사가 늘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비록 5-6 km 길이의 비교적 짧은 언덕 구간이라 해도, 10 퍼센트 이상의 가파른 경사를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런 구간을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터벌 훈련을 하게 된다.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젖산 역치에 가까운 심박수대에서 달리는 훈련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뒤따르는 내리막에서 회복을 하면, 다음 언덕에서 다시 한번 인터벌 훈련을 하게 된다. 결국 지형이 만들어준 무대를 따라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몸이 단련되는 것이다. 보너스로 멋진 움브리아의 농촌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러나 돌로미티 (Dolomiti)는 정겨운 움브리아 언덕들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우리의 도전을 받아 주었다. 모든 것이 크고, 높고, 길다. 이탈리아의 돌로미티는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에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하물며 직접 2000 km가 넘는 그 산들을 10 kg도 채 되지 않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자신의 힘 만으로 정복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번“지로 디 롬바르디아” (Giro di Lombardia)의 하일라이트는 트렌토 (Trento)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Aprica)에 도착하는 2006년 지로 디 이탈리아의 19번째 스테이지를 재현한 것이었다. 2006년 “지로 디 이탈리아”의 20번째 스테이지에서 이반 바쏘 (Ivan Basso)가 끈질기게 그를 추격하던 질베르토 시모니 (Gilberto Simoni)를 따돌리며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던 바로 그 구간이다. 전체 코스는 총 211 km 구간이었지만, 이번 그리포 바이크의 투어에서는 "에돌로" (Edolo, 699 m)에서 출발해 "폰테 술 프리지돌포" (Ponte sul F.Frigidolfo, 1298 m)를 지나 “빠소 디 가비아”(Passo di Gavia, 2618 m)를 넘어 “모르티롤로”(Passo del Mortirolo, 1854 m)에 이르는 총 132 km의 멀고도 험한 구간을 달렸다. 전설적인 이태리 사이클리스트 마르코 판타니의 기념 조형물이 세워져있는 모르티롤로 정상에서 멤버 중 한명인 안젤로는 “오늘 드디어 내 눈으로 이곳을 보게 되었다”며 감격해 했다. 곁에 있던 피스폴라는 “오늘 나는 내 다리로 이곳을 정복했다”고 외쳤다. 사이클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이 그 중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들의 주장 라파엘로가 한마디 했다. “씨아모 마티!” (우린 진짜 미친 놈들이다!)


3. 다음 목표 - “그란폰도 콜나고”

이제 다음 개인 목표를 정했다. 9월 3일의 “그란폰도 콜나고” (Granfondo Colnago)가 그것이다. 유명한 이태리 자저거 메이커인 콜나고 (Colnago)에서 주최하는 대회로 이태리 북부 도시 피아첸차 (Piacenza)에서 경기를 펼치게 된다. 올해 약 20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규모가 큰 그란폰도 중 하나이다. 필자는 총 120 km, 총 등반 거리 1700 m의 코스에 참석하려고 한다. 코스 설명에 따르면, 10 퍼센트 이상의 경사가 많고, 최고 16 퍼센트 경사까지 포진되어 있으므로, 살아남으려면 뒷 코그에 최소 “27”을 장착하거나 컴팩트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설명을 읽으면서 좀 망설여졌지만 (사실 아내에게는 뒷산에 놀러갔다 오는 정도의 난이도라고 설명해야 했다), 목표가 어려워야 성취감도 크지 않겠는가.

앞으로 7주가 남았으니, 이 기간 동안 기본적인 지구력, 무산소 지구력, 젖산 역치 훈련과 힐 클라이밍등의 훈련에 집중하려고 한다.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란폰도 콜나고” 관련 소식은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소개할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

[바이시클 라이프 8월]김현철의 프로 사이클링 이야기

프로 사이클링 이야기 - 2006 뚜르 드 프랑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7월의 프랑스. 온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해바라기 사이로 옐로우 저지를 입은 포낙(Phonak)팀의 플로이드 랜디스 (Floyd Landis)가 펠러톤을 이끌고 달린다. 지난 7월 1일,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출발한 세계 최고의 사이클 행렬은 이미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경유해 프랑스 북부와 서부 해안을 지나 스페인과 접경한 거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이제 마지막 전력을 다 쏟아 부어야 할 알프스를 향하고 있다.

1. 깜짝 뉴스

2006 뚜르 드 프랑스는 스트라스부르그 (Strasbroug)에서 3,639 km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전운이 감도는 6월의 마지막 날. 이제는 뚜르의 출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리더를 중심으로 9명의 정예 멤버로 구성된 20개의 팀들은 내일 부터 펼쳐질 한 달간의 뚜르를 꿈꾸고 있다.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멀고먼 길. 어떤 예기치 못한 사고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길. 단 하루의 컨디션 난조로도 지난 1년간의 모든 노력과 준비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잔인한 길. 나는 바로 그 길이 뚜르 드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돌릴 수 있는 최상의 찬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만한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샹젤리제에 도착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지닌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뉴스가 전해졌다. 스페인에 시작된 도핑 스캔들에 연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이클 선수들의 리스트가 바로 이 날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그 리스트에는 지난해 뚜르에서 랜스 암스트롱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우승한 이반 바쏘(Ivan Basso), 그리고 1997년 우승자 얀 울리히 (Jan Ulrich), 스페인 챔피언이며 2005년 뚜르에서 종합 순위 4위를 차지했던 프란시스코 만세보 (Francisco Mancebo)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혐의는 있으나, 아직 사실로 판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UCI (세계 자전거 연맹)의 규정에 의하면 약물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은 어떤 선수도 UCI 프로 투어에 참석할 수 없게 되어있다. 따라서 이 리스트가 발표된 직후 각 팀의 메니저들은 리스트에 올라간 선수들을 부득불 집으로 돌려 보내야 했다. 출발 바로 직전에 말이다. 더군다나 규정에 따르면 이렇게 생긴 선수 공백은 충원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CSC나 Ag2R 등은 리더가 없는 8명의 멤버로, T-Mobile은 두 명의 선수가 빠진 채 7명 만으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엄청난 핸디캡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로 인해 이번 뚜르는 주인공들을 잃은 채 다소간 김빠진 듯한 출발을 하게 되었다.

선수들의 도핑과 주최측의 안티 도핑과 관련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기에는 술이나 마약에서 출발해 근육 강화제인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품이 도핑에 사용되다가 1990년대에 들어 혈액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EPO (에이스로 포이에틴)가 등장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혈색소를 높이면 상대적으로 혈액의 혈장이 적어지고 이로 인한 부작용 (혈전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EPO도 금지 약물 리스트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사이클은 매우 고된 스포츠이다. 더군다나 뚜르나 지로처럼 끊임없이 능력의 극한에 도전할 것을 요구받는 경기에서 이와 같은 약물에의 유혹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관중으로서 우리는 약물로 강화된 몬스터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신이 창조하신 분명한 한계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선수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얻게 되는 결과에 함께 기뻐하고 그들의 승리를 격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사랑하는 이 스포츠가 좀 더 깨끗해졌으면 한다. 선수들은 물론, 주최측에서도 보다 현실적인 스테이지 설계와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끊이지 않는 도핑과 관련한 스캔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후에 기회가 되면 좀 더 다루어 보기로 하자.

이제 뚜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랜스의 7년 연속 뚜르 석권 후 마침내 얻게 된 이 기회를 과연 누가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울리히, 바쏘, 비노쿠로프(2003년 뚜르에서 종합 순위 3위를 차지했던 그는 이번 사태에 연루되지 않았지만, 그의 소속 팀이던 “리버티 세구로스”가 약물 파동으로 사실 상 해체되는 바람에 불행히 뚜르 참석이 불가능해 졌다), 만세보 등이 빠진 시점에서 과연 누가 옐로우 저지를 차지할 수 있을까? 절대 강자는 사라졌고, 그 자리를 노리던 기사들 중 최정예 부대는 출발선에 서 보지도 못한 채 등번호를 박탈당했다. 이제 이 뚜르는 완전히 모두를 위한, 모두에게 가능한 대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뚜르가 더욱 인간적인 대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 공백을 채우며 파리의 샹젤리제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설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2. 옐로우 저지는 뜨거운 감자?

총 2670 km. 14번째 스테이지를 마친 후 두번째 휴식일을 맞이한 7월 17일 현재까지 선수들이 달린 거리이다. 앞으로 6번의 스테이지, 총 969 km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969 km 에는 총 569.5 km의 알프스 산악 구간이 포진하고 있으며, 순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57 km의 개인 타임 트라이얼이 포함되어 있다. 두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종합 순위 1위 선수가 차지하게 될 옐로우 저지의 향방은 안개 속에 있다.

랜스 암스트롱이 독주했던 지난 7년간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가 이번 뚜르에 있다. 매일 한번의 스테이지를 마무리할 때 마다 옐로우 저지는 조금씩 더 선명하게 우리의 눈 앞에 다가올 것이다. 지금까지 14번의 스테이지가 진행되는 동안 옐로우 저지의 주인공이 8번이나 바뀌었다. 옐로 저지가 마치 뜨거운 감자이기나 한 것처럼 이 선수에게서 저 선수에게로, 이 팀에서 저 팀으로 저지의 행방이 갈짓자 처럼 헤매이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 프로 사이클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던 독자라고 할지라도, 이번 뚜르의 종합 순위에서 발견하게 되는 선수들의 생소한 이름에 당황스러운 분들이 많을 줄 안다. 이번 기회에 그 유명한 랜스 암스트롱, 얀 울리히, 이반 바쏘 외에도 우리가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몇몇 뛰어난 선수들과 사귀어 보는 것은 어떨까.


- 플로이드 랜디스 (Floyd Landis) : 소속 팀 - 포낙 (Phonak), 국적 - 미국
랜스 암스트롱의 그레가리오 (gragario, 도움 선수 혹은 도메스틱)로 수년간 그를 충실히 도왔다. 현재 나이 31세이며 올해 파리-니스 (Paris-Nice)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꾸준한 클라임과 비교적 빠른 타임 트라이얼 실력을 갖추었다. 14 스테이지가 진행 된 현재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이다.

- 안드레아스 클로덴 (Andreas Kloden) : 소속 팀 - 티 모빌 (T-Mobile), 국적 - 독일
31세. 2005년 뚜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2004년에는 클라이밍 전략과 마지막 개인 타임 트라이얼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시상대에 올랐다. 얀 울리히가 없는 티 모빌의 실질적인 리더이다. 이번에 그에게 돌아온 “자유”를 그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 카델 에반스 (Cadel Evans) : 소속 팀 - 다비타몬 로토 (Davitamon Lotto), 국적 : 호주
지난 해 뚜르에서 종합 순위 8위를 차지했다. 첫 주간의 컨디션 난조만 아니었다면 훨씬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29세로 최정상의 기량을 선보일만한 나이이다. 올해 로만디아 (Romandia)에서 마지막 타임 트라이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우승을 거두었다. 클라이밍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 데니스 멘초프 (Denis Menchov)
네덜란드 팀 라보뱅크 소속. 2005년 부엘타에서 헤라스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클라임은 물론, 타임 트라이얼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다. 팀 동료인 라스무센 (Rasmussen)과 호흡을 잘 맞춘다면 올해 우승을 노려볼 만 하다.

이 외에도 당연히 알렉산드로 발베르데 (Alejandro Valverde), 파올로 사볼델리 (Paolo Savoldelli) 등이 유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부상으로 중도 탈락했다. 반면에 팀 디스커버리 채널의 야로슬라브 포포비치 (Yaroslav Popovych), 조지 힌카피 (George Hincapie) 등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으로 볼 때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를 펼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자 이제까지의 종합 순위를 살펴보자.

1. 오스카 페레이로 (PEREIRO SIO Oscar), Caisse d'Epargne, 스페인, 64h 05' 04" (41.801 km/h)
2. 플로이드 랜디스 (LANDIS Floyd), 포낙, 미국, 01' 29"
3. 시릴 데셀 (DESSEL Cyril), Ag2R, 프랑스, 01' 37"
4. 데니스 멘초프 (MENCHOV Denis), 라보 뱅크, 러시아, 02' 30"
5. 카델 에반스 (EVANS Cadel), 다비타몬 로토, 호주, 02' 46"


3. 마지막 한 주!

프랑스의 동쪽 끝 자락은 알프스 산맥을 경계로 이탈리아와 이웃하고 있다.15번째 스테이지가 그 유명한 알프 두에즈 (L'Aple d'Huez)를 향하며 거쳐가게 되는 도시 브리앙송 (Briançon)은 프랑스의 동부 알프스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현재 필자가 협동 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개신 교회인 발데제 (Valdese) 교회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12세기 피에트로 발도 (Pietro Valdo)에 의해 주도된 종교 개혁 움직임은 불행히도 당시 가톨릭 교회의 철저한 핍박을 받아, 발도를 따르던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 반도 내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들 중 일부가 이탈리아 국경을 벗어나 교황의 손길이 비교적 미치기 힘들었던 알프스 산중으로 숨어들어가 자신들의 신앙을 지켰는데, 아직까지도 브리앙송에서 알프 두에즈로 올라가는 깊은 산 자락에 이들의 은신처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 수백년이 흘러 이 은둔자들의 땅은 뚜르의 코스 중 가장 사랑받는 코스 중 하나로 변했다.
수년 전 이곳을 갈 일이 있었는데, 높이 솟은 알프스 산맥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다만 그 때는 사이클에 관심이 없어 이 멋진 곳을 직접 달려보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다음 번에는 꼭 자전거와 함께 이 길을 달려보고 싶다. 혹시 관심있으신 독자들이 계시다면 함께 한번 기획을 해 보면 어떨지.

이제 알프 두에즈를 시작으로 3번의 결정적인 산악 구간 경기가 알프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 어느 해 보다도 종합 순위에서의 경쟁이 심한 올해는 매번의 코스가 옐로우 저지의 주인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현재까지 14번째 스테이지를 치룬 결과 1위인 오스카 페레이로 (Oscar Pereiro Si)와 5위인 카델 에반스 (Cadel Evans)의 차이는 2분 46초에 불과하다. 알프 두에즈 (L'Alpe d'Huez)나 모르진 (Morzine) 등의 산악 코스에서 조금만 뒤쳐지면 바로 종합 순위에서 대여섯 계단 미끄러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뚜르는 지난 7년간 우리가 보아 온 랜스 암스트롱의 뚜르와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펠러톤에 절대 강자가 존재하면 선수들의 목표는 분명해 진다. 바로 그 절대 강자를 공략하면 되는 것이다. 혹시 그를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와 같이 가기만 하면, 종합 순위에서 상위권 확보가 가능해지니 경기 운영이 좀 더 명확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올해처럼 기준이 될만큼 강한 선수가 없고, 참가 팀들 중에도 경기 전체를 컨트롤할 만한 능력이 있는 팀이 없으면 경기는 복잡해 진다. 이번 뚜르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준이 될 만한 선수의 부재, 경기 운영을 주도할 만한 능력있는 팀의 부재. 이런 상황에서 각 팀들과 선수들이 어떻게 뚜르를 그려 나가는가. 이번 2006년의 뚜르는 바로 이런 측면에서 매우 특별한 뚜르로 기억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오는 23일 뚜르가 파리의 샹젤리제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과연 랜스 암스트롱 이후 누가 가장 강한 선수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뚜르는 유력한 우승 후보들이 대거 불참한 채 열린 대회였다고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옐로우 저지의 주인공에게는 아쉽겠지만 올해의 우승이 내년의 우승을 보장해 주긴 힘들 것 같다.

2002년에 월드컵이 한창일 때 사람들은 농담삼아 “이제 월드컵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지?”하고 물어보곤 했다. 이제 나는 똑같은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진다. “이제 뚜르가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까?”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아직 “부엘타 에스파냐”(La Vuelta a Espagna)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두 대회도 최선을 다해 독자들에게 소개해 보고 싶다.

[바이시클 라이프 7월]김현철의 프로 사이클링 이야기

김현철의 프로 사이클링 이야기

[Intro]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20대에 다녀온 파리가 30대에 갔다고 달라질리가 없다. 에펠탑도, 노틀담 사원도, 개선문도 그저 한결같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20대에 방문했던 샹젤리제 거리는 수많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개선문과 함께 어우러져 과거 프랑스의 부와 번영을 한껏 과시해 준다는 것 외에 내게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출장길에서 만나게 된 샹젤리제 거리는 이제 내겐 너무 특별한 곳이 되어 버렸다.

이 거리는 바로 뚜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스테이지가 펼쳐지는 바로 그 무대가 아닌가. 이제 나의 눈 앞에 펼쳐진 샹젤리제에는 1997년의 얀 울리히, 1998년의 마르코 판타니, 그리고 1999년에서 2005년까지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를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니 어찌 그 거리가 이전과 같을 수가 있겠는가!

지난 한 달은 필자에게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4월에 당했던 사고 처리로 인해 자전거는 샵에 들어가 있고, 잘 쓰던 노트북은 갑작스런 고장으로 작동 불능이 되었다. 자동차도 이에 뒤질세라 함께 고장이 났는데, 출장을 다녀 오느라 아직 수리도 못 하고 있다. 이전 저런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들이 연속해 일어나는 바람에 이번 달에는 ”김현철의 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쉬게 되었다. 대신 8월호에는 7월 한달간 펼쳐지는 뚜르 드 프랑스 참관기(!)와 아울러 이탈리아 최대의 사이클 축제 중 하나인 '그란폰도 피나렐로' (Granfondo Pinarello) 관련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그럼 프로 사이클링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지로 디탈리아]
5월 한달 동안 이탈리아 전국을 분홍색으로 물들였던 89회 지로 디탈리아는 이반 바쏘를 새로운 황제의 자리에 등극시키며 장장 3553.2km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뚜르 드 프랑스가 파리에 입성하면서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것과는 달리 지로 디탈리아는 밀라노에서 그 피날레를 장식한다. 왜 로마가 아니고 밀라노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대회 주관사인 이탈리아 최대의 스포츠 신문,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La Gazzetta dello Sport)가 밀라노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로마 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많이 떨어지지만, 밀라노는 이태리 금융, 경제, 패션의 중심지로써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알프스 산맥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지로의 피날레로써는 좋은 위치에 있다.

어쨌든 이번 밀라노의 핑크 빛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는 이반 바쏘 (Ivan Basso)가 올랐다.
91시간 33분 36초의 기록으로 생애 첫 지로 종합 우승과 함께 말리아 로자 (Maglia Rosa)를 입었다. 이번 지로에서 그는 시종 '시뇨르 델 지로' (Signor del Giro, 지로의 주인)이었다. 특히 산악 구간이 많았던 이번 지로에서 바쏘는 침착하게 모든 힐 클라이밍에 임했다. 이미 지로는 중반 이후 바쏘의 독주로 결정이 났지만, 매 스테이지는 각각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이번 지로를 통해 바쏘는 이탈리아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가는 곳마다 바쏘를 응원하는 함성과 플랜카드들이 넘쳐났고, 아이들 또한 바쏘에게 힘찬 응원을 보냈다.

이탈리아 사이클의 최근의 전성기는 마르코 판타니가 활약하던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그리포 바이크의 동료인 로베르토는 1998년을 회상하며, 그의 기억에 당시처럼 이탈리아인들이 사이클에 열광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1998년은 바로 마르코 판타니 (Marco Pantani)가 지로와 뚜르를 한해에 석권한 역사적인 해였다. 이탈리아인들은 힘차게 어택하는 마르코 판타니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며 그에게 최상의 찬사를 보냈다. 아쉽게도 약물 관련 의혹과 그에 따른 슬럼프를 이기지 못하고, 그가 사랑하던 이탈리아 동부 해안의 작은 도시 리미니의 호텔에서 2004년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2006년 지로의 마지막 산악 스테이지인 20번째 스테이지는 1998년 지로와 뚜르를 한 해에 석권한 마르코 판타니 (Marco Pantani)를 기념하는 '모르티롤로' (Mortirolo) 산이 포함되어 있는데, 마르코 판타니는 1994년 모든 선수들을 따 돌리며 이 산의 정상에 올랐고, 그 해 지로 디탈리아에서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 산의 정상 부근에 바로 마르코 판타니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웠고, 2006년 이반 바쏘가 바로 이 조형물의 아래를 지날 때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2006년의 지로는 밀라노에서 끝이 났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이제 바쏘가 뚜르까지 재패해 제 2의 마르코 판타니로 탄생하기를 꿈꾸고 있다. 그들의 소망을 알기에, 바쏘는 그의 코치 리스(Riis)가 올해는 뚜르 드 프랑스에만 참석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를 설득해 지로 디탈리아까지 참가하기로 결정을 내린것이라 보인다. 지로와 뚜르를 한 해에 동시에 우승하는 것은 1998년 마르코 판타니 이후 없었던 일이므로, 바쏘가 지로와 뚜르 우승을 함께 일구어 내며 새로운 판타니가 되는 것은 이탈리아인들에게 있어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그가 뚜르에서도 우승을 거두어 다시 한번 이탈리아 전역이 사이클의 열기로 불타오르는 것을 보고 싶다. 또한 랜스 암스트롱 이후 절대 강자가 사라진 프로 사이클링 세계에 바쏘가 다시 한번 클래식한 사이클리스트(다른 현대 사이클리스트들 처럼 일년에 단지 몇몇의 대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전 시즌 내내 경기에 참석하며 우승을 노린다는 의미에서)로서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주기를 바란다.

최종 2006년 지로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이반 바쏘 (이탈리아), CSC, 91:33:36
2. 호세 구티에레즈 카탈루냐 (스테인), 포낙 (Phonak), 9:18
3. 질베르토 시모니 (이탈리아), 소니에 두발 (Saunier Duval), 11:59
4. 다미아노 쿠네고 (이탈리아), 람프레 (Lampre), 18:16
5. 파올로 사볼델리 (이탈리아), 디스커버리 채널 (Discovery Channel), 19:22

[뚜르 드 프랑스]
올 7월은 특히 스포츠 팬들에게는 뜨거운 한 달이 될 것 같다. 축구팬들에게는 월드컵 결승이 벌어지는 7월 9일이 그 흥분의 끝이겠지만, 우리 사이클 팬들에게는 뚜르 드 프랑스가 있어 그 기쁨이 두배가 되겠다.

한창 지로 디탈리아가 진행 중이던 어느 금요일 밤, 벨 소리가 들렸다. '끼에?'(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반가운 한국말이 들렸다. '김현철씨? 차백성입니다.' 바이시클 라이프에 자전거 여행기를 연재하는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씨가 뻬루쟈의 필자 집에 온 것이다. 차백성씨는 한국 축구 협회 공식 행사 중 하나로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토고전이 열리는 독일의 프랑크프루트까지 2006 km를 자전거로 달려 한국 선수단에게 태극기를 전달하러 가는 길이었다. 필자는 이탈리아를 지날 때 한번 만나 보자는 차백성씨의 메일을 받고 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연락 없이 도착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유인즉 바이시클 라이프에서 받은 전화 번호로 도저히 연락이 안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씨에나에서 부터 자전거로 약 120 km를 오로지 필자의 주소 하나만 들고 물어 물어 찾아온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뻬루쟈가 아무리 작은 도시라고는 하나, 한밤 중에 그것도 짐을 가득 실은 자전거를 타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자전거 여행가라는 타이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자전거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음 만난 우리는 의기투합했고, 그 다음날 성 프란체스코 (San. Francesco)의 고향 아씨시를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차백성씨는 다시 다음 목적지인 제네바로 향했다. 토고전에서의 한국의 승리는 차백성씨의 격려가 한 몫 했음에 틀림없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격려이기도 하겠다).

잠시 축구 이야기를 해보자. 2002년 월드컵을 잊었다면 한국인이 아닐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는 아직도 우리의 뇌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필자는 바로 그 이탈리아전을 피렌체 거리의 한 카페에서 이탈리아인들과 함께 관전했다. 더군다나 그들은 구리빛으로 그을린 우람한 근육의 건설 노동자들이었다. 이태리에게 한골을 내어준 채 끌려가던 경기가 급변한 것은 종료 직전 터진 설기현의 골, 이때까지 한국도 잘한다며 격려해 주던 주변 이탈리아 아저씨들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연장전에 들어갔고, 우리 모두 기억하는 안정환의 헤딩 슛 그리고 꿈 같은 승리. 나는 기쁨을 감춘 채 그 장소에서 도망나와야 했다. 그 이후로는 한동안 길에서 '너 한국 사람이냐'며 시비아닌 시비거는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무려 4년이 지난 아직도 이탈리아인들은 그 패배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드디어 2006년, 재미있게도 나는 2002년에 이어 올해도 대 프랑스 전을 다시한번 적진인 프랑스에서 관전하게 되었다. 마음껏 소리지르고 한국을 응원하고 싶지만 그럴수 없는 것이 내게 주어진 얄궂은 상황이 아니겠는가. 고전 끝에 전반전이 끝났고, 후반전이 되자 한국의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프랑스 아나운서의 “아텐숑, 아텐숑”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골키퍼의 손끝을 맞고 프랑스 골문을 넘어간 공!!! 무승부였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연장전이 없었고, 나는 여유있게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축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90분간 이와 같은 짜릿한 승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공은 둥글기에 그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축구의 매력 중의 하나다.

반면에 같은 유럽에서 시작된 스포츠이지만 사이클은 그 성격이 축구와는 많이 다르다. 한 팀을 이루어 경기를 펼치며, 각 팀들간에 철저한 견재가 있고, 팀 내에도 각 선수들의 역할이 세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승선을 일등으로 통과하는 선수는 단 한 명이다. 아무리 힘들어 하는 선수가 있어도 후보는 없다.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으면 그대로 자전거에서 내려 짐을 싸야 한다. 지로나 뚜르 같은 한달씩 계속되는 투어 경기에서는 단 하루의 컨디션 이상도 용서가 안 된다. 지난 해 지로 디탈리아에서 이반 바쏘가 불의의 위장 장애로 인해 지로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던 것이 그 좋은 예가 되겠다.

2006 뚜르 드 프랑스는 총 20 스테이지, 3,639 km를 달리게 된다. 이번 뚜르는 지난 7년간 뚜르의 황제였던 랜스 암스트롱 이후 그의 계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북부의 안개와 남부의 뜨거운 태양,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을 넘어 파리를 향해 달리는 이 경기가 펼쳐지는 한달 간 프랑스는 거대한 사이클 경기장으로 변하게 된다. 필자가 출장을 다녀 온 프랑스의 파리는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약 1100 km 떨어져 있는데, 이 거리를 비행기로는 불과 두 시간이면 도착한다. 이 거리의 삼분의 일에 불과한 뚜르 드 프랑스를 선수들은 자전거로 삼주가 넘도록 달린다. 속도가 최고인 요즘같은 세상에 도무지 경제적인 스포츠는 아니다. 그러나 뚜르 드 프랑스가 펼쳐지는 한달간 프랑스 전국은 축제의 장이 된다. 선수들이 지나가는 도시의 교회의 종탑에서는 선수들을 환영하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프랑스 시골과 도시의 풍경은 수 많은 카메라의 눈을 통해 전 세계로 방송된다. 연간 7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프랑스, 그러나 뚜르 드 프랑스를 통해 우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목가적인 풍경의 프랑스, 자연과 함께 즐기며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사이클 레이스의 매력이 아닐까.

아쉽게도 뚜르 드 프랑스에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할 한국 팀도 한국 선수도 없다. 그러나 땀 흘리며 달리는 21개 팀, 189명의 선수들을 한번 응원해 보자. 랜스 암스트롱은 뚜르에서 4연승을 거둔 후 한 인터뷰에서 “사이클은 연극이 아닌 스포츠이지만 레이스는 언제나 연극 이상의 극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한바 있다. 암을 이기고 뚜르 7연속 우승을 차지한 랜스나, 교통 사고로 한쪽 다리 길이가 3cm나 짧아진 상황에서 지로와 뚜르를 한해에 동시에 석권한 마르코 판타니의 예는 연극 보다 극적이며 아름다운 사이클의 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이제 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7월 한달 동안 우리를 흥분시키게 된다. 이 드라마를 만끽하기 위해 함께 떠나보자.

금요일, 5월 26, 2006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17번째 스테이지에서는 악천후 때문에 기대했던 플란 데 코론(Plan de Corones)이 무산되어 버렸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은 주최측에 플란 데 코론으로 정해져 있는 결승지점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길 요청하며 일종의 농성을 벌였습니다. 결국 정오 부터 눈이 내리고, 강한 돌풍이 불었던 플란 데 코론으로의 등정은 취소되었습니다. 선수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잘 준비된 코스였는데 말입니다.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19번째 스테이지는 드디어 파소 디 산 펠레그리노 (Passo di San Pelegrino)에 이르게 되는 장장 224 km의 경기가 펼져지게 됩니다.
오늘의 코스는 네 개의 GPM (Gran Premio Montagna)이 포진하고 있는 난코스 중의 난코스입니다. 첫번째 GPM은 스타울란자 (Forcella Staulanza, 1766m), 두번째 GPM은 파소 디 페다이아 (Passo di Fedaia, 2057,), 세번째 GPM은 파소 포르도이 (Passo Pordoi, 2239m), 마지막 결승점은 파소 산 페레그리노 (Passo San Pelegrino, 1918m) 입니다.

모든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수요일, 5월 24, 2006

[Giro d'Italia] 본도네 (Il Bondone)



2006년 지로 디탈리아는 16번째 스테이지인 로바토에서 출발해 몬테 본도네에 이르는 173 km에서 그 승부가 결정났습니다.
몬테 본도네는 노장 질베르토 시모네의 고향으로, 많은 수의 그의 팬들이 길에 나와 그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지보 (질베르토 시모니의 별명)도 역시 이에 보답하고자, 지금까지의 부진을 씻고자,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이번 16번째 스테이지에 임했습니다.

이번 스테이지는 결승점에 이르기 위해 등정해야 할 몬테 본도네 (Monte Bondone, 높이-1372 km, 거리-17.47 km, 평균 경사도 7.9 %, 최고 경사도 13 %)에 그 모든 촛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선수들도 마지막 17.47 km 를 올라가기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며 대부분의 구간을 주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보였습니다.

16번째 스테이지의 하일라이트는 과연 지보(Gibo)가 바쏘(Basso)를 어택할 때 그가 어떻게 반응할까, 얼마나 예리한 반격을 하며 그의 말리아 로자를 방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펠러톤이 몬테 본도네에 이르자 드디어 함께 150 km 를 넘는 거리를 달려온 그룹이 각자의 페이스에 맞추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앞선 그룹에 바쏘와 함께 남은 선수들은 사스트레(Sastre), 삐에뽈리(Piepoli), 시모니(Simoni), 구티에레스(Gutierrez), 벨리(Belli), 페레즈(Perez Cuapio), 그리고 가렛(Gadret) 이었습니다. 사볼델리, 쿠네고, 디 루카 등은 이미 이반 바쏘의 상대가 되지 못했으며, 몬테 본도네의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들과 말리아 로자와의 거리는 멀어져만 갔습니다. 지보 시모니는 이 고장 출신으로 바로 이 몬테 본도네를 자기 손바닥 들여다 보듯 잘 알고 있습니다. 어택은 바로 그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팀 동료 삐에뽈리가 지보를 이끌어 주며 말리아 로자를 뒤로 제치며 어택을 주도했습니다. 지보는 안장에서 일어나 힘차게 패달링을 하며 말리아 로자와의 거리를 20여 미터 벌이며 바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뒤를 견제합니다. 이 어택에 대해 바쏘는 침착하게 안장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지보에게 바싹 다가갑니다. 이때부터 지보와 바쏘 둘만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지보 시모니와 얼마간 함께 라이딩을 하던 바쏘는 결국 그에게 결정타를 내리기로 결단을 하고, 더욱 힘차게 패달을 밟아 드디어 지보와의 거리를 벌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바쏘는 지보에 1분 26초 앞서 결승점을 통과합니다. 그란데 바쏘! (Grande Basso!)

오늘 경기 후 바쏘는 '그렇게 앞서 나가면 다른 선수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으니, 다음부터 좀 천천히 가 달라'고 농담조로 부탁한 지보 시모니에 대해 항상 그렇듯이 매우 진지하게 '나는 다른 선수들처럼 아직 많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내 앞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코 놓치지 않고, 그 기회를 잡아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먹이를 앞에 두고 용서치 않는 야수처럼, 바쏘는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몬테 본도네에서 보여준 바쏘의 패달 스트록은 그 누구와도 달랐습니다. 평균 알피엠 80, 85, 90 을 넘어서는 높은 캐이던스에 유연하게 물 흐르듯 거침없는 그의 패달링은 시모니나 디 루카 등의 거칠며 뚝뚝 끊어지는 듯한 힘이 잔뜩 들어간 패당릴과는 그 격이 달랐습니다. 지난 겨울 동안 그는 모토 사이클 뒤에서 끊임없는 특별 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보여준 것이 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제 이탈리아의 사이클링 팬들은 앞으로 5-6년 동안 최고의 선수를 통해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랜스 암스트롱의 은퇴가 아쉽습니다.
올해 뚜르 드 프랑스에서 만일 그가 바쏘와 맞선다면, 그의 8연속 뚜르 우승은 심각한 위협을 받았을 것이라 예상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월요일, 5월 15, 2006

[Giro d'Italia] 7-8 스테이지

[7번째 스테이지 - 5월 13일]

팀 코피디스의 릭 베르브루게(벨기에)가 지로 디탈리아의 일곱번째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체세나에서 출발해 살타라에 이르는 236km의 코스는 이번 지로 중 최장 거리였습니다. 종합 순위에서는 T-Mobil(티 모빌)의 세르게이 곤차르(우크라이나)가 말리아 로자를 방어하였고, 사볼델리는 5초 차이로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스테이지의 GPM (최고지점)은 몬테 카트리아였습니다. 총 거리 15,870 km에, 높이 911 m, 평균 경사 5,7 퍼센트, 최고 경사도 18 퍼센트의 지금까지 지로 코스 중 가장 고난이도의 산악 구간이었습니다.


저는 뻬루쟈에서 출발해 몬테 카트리아까지 왕복 187 km를 자전거로 다녀왔습니다. 교통 통제로 인해 몬테 카트리아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으나, 선수들이 달릴 코스를 앞서 달리며 지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깨끗하게 새로 포장된 도로, 정돈된 거리, 거리 거리 마다 넘쳐흐르는 분홍색의 물결들... 길가에 아예 식탁을 펴고 둘러 앉아 포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며 느긋하게 지로를 기다리던 노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함께 참여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이탈리아식 파티 그 자체였습니다.

이번 7번째 스테이지 체험에 대해서는 6월호 바이시클 라이프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8번째 스테이지 - 5월 14일]



치비타몬 마르케에서 출발, 마이엘레타에 이르는 171 km 구간에서 펼쳐진 8번째 스테이지에서 이반 바쏘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루챠노 정상에서 팀 CSC의 리더 이반 바쏘는 다미아노 쿠네고를 30초 차이로 앞서 골인 지점을 통과했습니다. 이번 구간 우승을 통해 드디어 바쏘는 말리아 로자를 차지했고,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최상임을 증명했습니다.

다미아노 쿠네고는 마이엘레타를 등정하며 어택을 시도했으나, 바쏘는 침착하게 응대하며 다미아노 쿠네고를 가볍고 제치고 30초 차이로 구간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7번째, 8번째 스테이지를 통해 드디어 진정한 강자를 선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질베르토 시모니 (7위 1’15" 차이, 어쨌든 매우 여유있어 보였습니다)와 다미나오 쿠네고 (2위 30" 차이, 하지만 매우 초조해 보였습니다).
2'20" 뒤지며 15위에 머물고만 파올로 사볼델리는 “지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습니다.

이제 지로는 폰테데라의 개인 타임 트라이얼을 자나면서 본격적인 산악 구간을 향하게 됩니다. 과연 돌로미티에 이르러 바쏘가 지금과 같은 컨디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다미아노 쿠네고가 얼마나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을지, 이상하게 여유있어 보이는 시모니와 아직은 제 컨디션을 발휘 못하고 있는듯한 다닐로 디 루카의 행보가 어찌될지 기대됩니다.

금요일, 5월 12, 2006

체험! 지로 디탈리아

내일 (5월 13일) 지로 디탈리아 7번째 스테이지가 체세나-살타라 구간에서 펼쳐집니다.



특히 이 구간은 첫 진정한 의미에서의 산악 구간이 펼쳐지게 되어 기대가 모아집니다.
이반 바쏘의 말리아 로자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몬테 카트리아를 직접 정복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뻬루쟈에서 출발해 몬테 카트리아까지 이르는 거리는 왕복 187 km 정도가 됩니다. 그리포 바이크 멤버들과 함께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해발 1368m의 몬테 카트리아도 두렵지만, 개인적으로 자전거로 달려본 최장 거리(산악 구간이 포함된)라 걱정이 좀 됩니다. 몸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내가 땀 흘리며 달린 코스를 따라 달리는 프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현장에서 힘찬 응원을 보내려고 합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준비물들 챙기고, 타이어 공기압 체크, 브레이크 점검, 기본 정비 사항 체크 등등을 마치고 이제 잠을 청하려 합니다.
자러 가기 전에 자전거를 툭툭 쳐 줍니다. “어이, 잘 쉬라구! 내일 힘차게 달리는거야!”

후기를 기대해 주세요.

[Giro d'Italia] 5-6 스테이지

벨기에를 떠나 드디어 이탈리아 반도로 들어 온 선수들은 첫 휴식을 가졌습니다.
선수들의 휴식은 보통 능동적 휴식 개념으로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네 시간 이상의 가벼운 팀 라이딩을 합니다. 일반 스테이지 처럼 푹 자고 일어나 충분한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은 행동식으로 해결하며 존 1-2에서 라이딩을 한 후 오후에는 맛사지를 받거나, 티비도 보고, 쇼핑도 하며 쉰다고 합니다.

휴식이 끝난 후 본격적인 지로 디탈리아의 시험 무대는 5월 12일의 팀 타임 트라이얼이었습니다.
각 팀들의 전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아직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는 얀 울리히나 첫 네 번의 스테이지에서 기대보다 못 미친 성적을 거둔 이반 바쏘와 그의 팀 CSC에는 특별히 더 큰 의미가 있는 스테이지였습니다. 특히 1989년 이후 지로 역사에서 사라졌던 팀 타임 트라이얼이 무려 17년 만에 부활되었다는 사실도 특기할만 했습니다.


소니에 두발의 캡틴 시모니는 자신의 팀에 크로노맨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1위팀에 2분 가량 뒤진 기록을 예상했습니다. 실제 자신의 팀 기량 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예견을 한 시모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2분은 너무 하다며, 1분 30초 혹은 40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위인 CSC에 1분 26초 뒤진 (시모니의) 예상 보다는 좋은 기록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날 경기에서 소니에 두발은 팀 구성이 대부분 산악 지형에 적합한 클라이머들로 되어 있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두 줄로 라인업을 한 후 쉴새없이 선두 교체를 하며 체력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최상의 아웃풋을 낼 수 있도록 작전을 짰습니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팀 리퀴가스도 매우 선전을 했습니다. 디 루카, 초니, 펠리초티 등의 리드가 빛을 발해 선수와 42초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티 모바일의 선전은 이날 경기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초반의 CSC에 비해 다소 뒤졌던 페이스를 중후반 이후 급속히 따라 잡으며 첫 네 명의 선수가 CSC보다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선수가 팀 라인에서 뒤쳐져 들어오는 바람에 CSC에 1초 뒤진 기록으로 2위가 됩니다. 얀 울리히의 건재함을 보여주었고, 세르게이 곤차는 이틀동안 말리아 로자를 입었던 98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말리아 로자를 다시 입는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팀 CSC는 그간의 부진을 씻고 팀 타임 트라이얼 우승을 거머쥡니다. 이로 인해 팀의 사기가 올라간 것은 물론, 얀 보트가 6초 차이로 2위를, 이반 바쏘가 11초 차이로 5위로 접근해, 바쏘의 우승 가능성을 높이게 되었습니다.





부세토-포를리에서 펼쳐진 6번째 스테이지는 경쟁자를 잃어버린 멕 어웬의 독무대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번 지로에서 벌써 세 번째 구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앞으로 두번 정도 더 우승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제 후원 업체인 테스티 치클리에서 함께 마지막 골인 지점을 시청했는데, 베티니의 선전을 기대하던 동네 아저씨들이 멕 어웬의 우승을 보며 맥 없이 돌아서는 모습을 지켜 보아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베티니가 스프린터들을 위한 다섯 스테이지 중 한 두 스테이지 정도 우승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지금의 맥 어웬의 컨디션을 고려해 볼 때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두 선수들의 체력 안배도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왜냐하면 작년처럼 맥 어웬은 본격적인 산악 스테이지가 시작되면 기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베티니는 마지막 밀라노까지 가야 하니까요.

목요일, 5월 11, 2006

[경기 동영상] 2006 리에즈-바스통-리에즈

2006 Liege-Bastogne-Liege
UCI Pro Tour의 스프링 클래식 중 하나입니다.

실황 중계: 4월, 23일 2006
자료 제공: Eurosport, digital satellite
언어: English
중계 시간: 01:24:59
파일 크기: 998.99 MB (1047512112 Bytes)

http://tracker.zaerc.com/torrents-details.php?id=5963

받으시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링크로 들어가셔서 다운 하신 후 p2p 공유 프로그램등을 이용해 주세요.

경기 소식은 추후에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일단 한번 보세요.

[경기 동영상] 2006 Fleche Wallone

2006 Fleche Wallonne 경기입니다.
UCI Pro Tour의 스프링 클래식 중 하나로, CSC의 쉬렉이 우승했습니다.

실황 중계: 4월, 19일 2006
자료 제공: 유로스포츠
언어: 영어
중계 시간: 01:08:47
Size 823.16 MB (863147252 Bytes)

http://tracker.zaerc.com/torrents-search.php?search=Fleche+Wallone&cat=0


위 링크를 클릭하셔서 파일(torrent)을 받으신 후에, torrent 화일을 받으실 수 있는 p2p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운로드를 하시면 됩니다.

그럼 즐감하세요.

[Giro d'Italia] 1-4 스테이지 종합




5월 6일 시작된 지로 디탈리아 (Giro d'Itlaia)가 순항 중입니다.
총 21 스테이지로 구성된 이번 지로는 벨기에의 쓰랑(Seraing)에서 출발해, 5월 28일 밀라노에 입성하는 것으로 총 3,526.2km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번 89회 지로의 특징은 첫 네 스테이지를 이탈리아 반도가 아닌 벨기에에서 진행한다는 것, 뚜르 드 프랑스 처럼 팀 타임 트라이얼이 도입된 것, 산악 구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스프린터(뻬타키, 맥 어윈 등)들에게 적합한 구간은 불과 5개 정도로 축소되었다는 점 등입니다.

전후 이탈리아가 가난 속에 허덕이고 있을 때 많은 숫자의 이탈리아인들이 생존을 위해 벨기에의 광산에서 일하기 위해 이주를 했습니다. 불행히도 1956년 그 중 136명의 광부들이 광산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지로는 바로 그들을 기리기 위해 벨기에로 첫 무대를 정했습니다. 벨기에에서의 네 구간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벨기에 특유의 바람, 비, 높지는 않지만 반복되는 언덕과 마을들의 도로 구조 등등이 멋진 스테이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첫 스테이지인 개인 타임 트라이얼에서는 지난 해 우승자인 팀 디스커버리 채널의 빠올로 사볼델리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2위로 들어온 맥기를 11초 차이로 제치고, 첫 말리아 로자(Maglia Rosa)를 입었습니다.





두번째 스테이지는 스프린터들에게 적합하게 짜여진 구간이었습니다. 예상대로 맥 어웬과 뻬타키가 각축을 벌이며, 베티니가 조커 역할을 했습니다. 뻬타키가 팀 밀람의 트레노(트레인)의 도움을 받아 쉽게 우승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이번에는 여지없이 맥 어웬의 예리한 공격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구간 우승은 맥 어웬, 말리아 로자는 빠올로 사볼델리가 방어했습니다.




세번째 스테이지는 언덕 지형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스프린터들에게 보다는 라이딩 리듬을 바꾸는데 뛰어난 전천후 선수들에게 적한한 구간이었습니다 (베띠니, 디 루까, 바쏘 등). 불행히도 벨기에의 악천후가 현역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라고 불리는 뻬타키를 쓰러뜨리고 말았습니다. 도착 지점 50km를 남긴 지점에서 팀 리퀴가스의 다리오 초니와의 접촉으로 인해 넘어진 뻬타키는 왼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팀 리더가 부상을 당하자 팀 밀람의 동료들은 뻬타키를 그룹 본진으로 이끌려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한 통증을 느낀 뻬타키는 이를 악물고 50km를 라이딩해 일단 구간을 마무리했습니다. 구간 우승을 차지한 슈마허보다 무려 15분이 뒤진 기록이었습니다.



검사 결과 뻬타키의 왼쪽 무릎에 골절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결국 뻬타키는 지로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제 딸 아이가 뻬타키 왕팬인데, 엄청 실망했습니다. 쾌유를 기원합니다.



구간 우승은 올해 처음으로 팀 게롤쉬타인에 입단한 쉬테판 슈마허가 차지했습니다. 마지막 결승점 1,5km를 앞두고 팀 셀레 이탈리아의 루비에라의 어택에 응대해 함께 치고 나간 슈마허는 결국 400m 지점에서 루비에라를 제치고 2초 차이로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첫날 개인 타임 트라이얼에서 4위를 차지했던 그는, 이날 우승으로 빠올로 사볼델리에게서 말리아 로자를 빼앗아 왔습니다.




생애 첫 말리아 로자를 입은 슈마허. 작년에는 무명의 팀 쉬마노에서 뛰었습니다.



네번째 구간도 역시 스프린터들의 무대였습니다. 그러나 내리막에 이은 평지 지형으로 인해, 스프린터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구간 우승을 노렸습니다. 뻬타키가 빠진 팀 밀람은 특유의 트레인을 운영하며 최선을 다했으나, 언제, 어디서 숨어있다 나타나는지 알수 없는 맥 어웬이 또다시 구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베티니가 2위, 로도가 3위로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맥 어웬은 정말 경기 운영 잘 합니다. 영리한 선수.



슈마허는 말리아 로자 방어에 성공합니다.

수요일, 5월 10, 2006

팀 CSC 이반 바쏘의 홈페이지



작년 뚜르 드 프랑스에서 얀 울리히를 제치고 랜스 암스트롱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한 이반 바쏘의 홈페이지가 생겼습니다.
모두 이태리어로 만들어져서 좀 아쉽습니다만... 디자인 측면에서도 매우 예쁜 사이트입니다.

혹시 바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들려 보세요.

주소는 http://www.ivanbasso.it/ 입니다.



요즘 바이시클 라이프 6월호 기사 작성으로 좀 바쁩니다. 오늘 안으로 마감하고, 지난 4일간의 지로 스테이지 정리도 해서 이곳 블로그에 올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격려에 감사드립니다.